캐리 후쿠나가 감독의 2011년작 영화 <제인 에어>는 고전을 매우 세련되고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 하였으며 처연하고 아름다운 영상미를 보여주는 로맨스 영화이다.
영화 <제인 에어> 개요
샬롯 브론테의 소설 <제인에어>는 무려 20번이나 영상화 된 작품이다.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이 11번 리메이크 되었다고 하니 원작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그 중 캐리 후쿠나가 감독의 2011년작 <제인 에어>는 그녀의 성품처럼 처연하고 차분한 영상과 음향을 이용한 작품이다. 인공적인 조명의 사용을 최소화 하고, 자연광을 활용하여 극중 인물의 감정 변화를 있는 그대로 그려내고 있다. 제인과 로체스터가 마음을 확인하는 순간, 그들을 적시는 빗방울도 그들을 축복하는 듯 따스해 보인다. 맨체스터 저택을 탈출 해 정처없이 메마른 광야를 헤매는 제인의 모습은 너무나도 서글프다.
그간 <제인 에어>와는 다르게 이 영화는 플래시백 기법을 이용해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방식으로 서술하고 있는데, 이는 조 라이트 감독이 잘 사용하는 방식으로, 캐리 후쿠나가 감독만의 세련된 영상미로 고전을 현대적으로 묘사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다.
원작의 제인 에어는 그 시대의 전형적인 여성상의 틀을 깨고 진취적인 삶을 개척해 나가는 인물이나, 이 영화에서의 제인 에어는 그러한 면보다는 다소 온순하면서 내면의 강함을 지니고 있는 캐릭터성이 강조된다. 로체스터와의 로맨스를 그려나가는 인물로서의 촛점이 맞춰져있다.
미아 바시코브스카와 마이클 패스밴더
제인에어 역의 미아 바시코브스카는 팀 버튼 감독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 할리우드에 이름을 알린 호주 출신의 배우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폴란드 혈통을 이어 받았으며, 절제된 표정을 하고 있으면서도 그 안에 인생의 개척자로서의 뜨거운 열정을 지닌 제인 에어의 캐릭터를 연기하기에 적합한 마스크를 가진 매력적인 배우이다. 제인 에어의 평범한 외모라는 설정에도 제격인 듯 하다. (참고로 조 라이트 감독은 키이라 나이틀리가 오만과 편견의 엘리자베스를 하기엔 너무 예쁘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전형적인 미인상에 속하지는 않지만, 지나치게 강한 개성을 지닌 것도 아닌 독특한 마스크 덕분에 전형적인 대형 할리우드 영화 주인공보다 인물의 내면을 집요하게 탐구하는 소규모 영화에 잘 어울리며, 박찬욱 감독의 <스토커>에서도 특유의 건조한 표정 하에 싸이코패스 적인 면모를 숨기고 있는 주인공 역할을 잘 소화하였다.
로체스터 역의 마이클 패스밴더는 남성적인 매력이 강한 미남 배우로, 빅토리아 시대의 나쁜 남자 캐릭터에 제격인 외모를 지녔다. 다만 로체스터를 맡기엔 너무나 잘생겼다. 원작에서 로체스터는 잘생기지 않은 오히려 추남에 가까운 쪽에 속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외모의 강점을 잘 살려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셰임>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등에 출연해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오만과 편견>에서 엘리자베스를 낮게 평가하는 까칠한 캐서린 공작부인 역할을 맡았던 주디 덴치는 이 영화에서 저택의 관리자 페어팩스 부인으로 나와 제인에어의 조력자가 되어주며, <빌리 엘리어트>의 주인공 제이미 벨의 성장한 모습도 만나볼 수 있다.
다리오 마리아넬리의 음악
영화의 정적이고 건조한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는 배경음악은 다리오 마리아넬리가 작곡했다. 다리오 마리아넬리는 <어톤먼트>로 아카데미 시상식 음악상을 수상한 영화음악 감독이다. 그는 클래식을 기반으로 한 곡들을 주로 쓰며 풍부한 악기편성 대신 소규모 편성을 주로 사용하는 것을 선호하며, 사운드트랙 전체에 걸쳐 변주를 노련하게 사용함으로써 통일성 있게 격조있는 음악을 만든다. 그의 고풍스러운 음악은 <제인 에어>의 풍경을 아름답게 수놓는다. <제인에어>의 음악은 <오만과 편견>과 <어톤먼트> 둘 사이에 위치해있다. 활기차고 상쾌한 <오만과 편견>과 비극적이고 음울한 <어톤먼트>의 분위기를 모두 가지고 있다. <제인 에어>의 OST는 긍정적으로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나가는 제인에어와 버림받고 배신당해 방황하는 어두운 제인 에어의 모습을 모두 잘 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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