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영화 <스윗 프랑세즈> 제목 의미 원작 비하인드 감상 포인트

by 레몬밤티 2023. 3. 28.

영화 <스윗 프랑세즈> 제목 의미, 원작 비하인드

영화 <스윗 프랑세즈>는 '프랑스풍 모음곡'이라는 의미의 Suite Francaise입니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Sweet'라 생각하고 마냥 달달한 로맨스 영화의 제목으로만 여겼는데, 원작에 대한 소개를 보면 이 영화의 깊은 의미가 크게 다가옵니다. 이 영화의 원작은 러시아에서 프랑스로 망명한 이렌 네미로프스키가 쓴 동명의 프랑스 소설입니다. 유대인이었던 이렌 네이로프스키는 독일 나치가 프랑스를 점령하고 있던 1942년,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생을 마감했고 미완성으로 남은 그녀의 소설은 사후 62년 후인 2004년, 그녀의 딸 드니즈 업스타인 도플이 소설을 출판함으로써 세상에 공개됩니다. 출간된 해 프랑스 르노드 상은 생존자에게 수여하는 관례를 깨고, 이 작품에게 상을 수여하여 이 소설의 작품성을 인정합니다. 원작 '스윗 프랑세즈'는 1부, 2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 <6월의 폭풍>은 전쟁 속에서 피난을 가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고, 2부 <돌체>는 전쟁이 들이닥친 프랑스 시골 어느 마을사람들의 삶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2부 <돌체>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드니즈 업스타인 도플은 영화가 완성되기 몇달 전인 2013년 4월에 세상을 떠나 마음을 안타깝게 하였습니다. 결국 이 영화의 제목은 전쟁 속에서 살아가는 프랑스인들의 모습을 그린 이야기의 모음집이라는 의미에서 이해가 됩니다. 또한, 남자주인공 독일장교 브루노(마티아스 쇼에나에츠)가 밤마다 연주하는 피아노곡의 제목이 '스윗 프랑세즈'인데 독일장교인 그가 직접 작곡한 작품에 '프랑스 모음곡'이라는 제목을 붙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어쩔수 없이 나치 소속으로 전쟁터에 참전했지만 조국의 극악무도함을 괴로워하며, 자신에게 숙소를 제공(엄밀히 말하면 착취)해준 프랑스 여인들에게 바치는 속죄의 의미인 것일까요. 전쟁터에 남편을 보내고 시어머니와 함께 사는 세실(미셸 윌리엄스)는 그의 연주를 들으며 왠지 모를 위안을 받습니다. 

 

세실의 성장

적군인 독일 장교와 프랑스 여인이 사랑에 빠진다는 비현실적이면서 흔하게 사용되는 장치를 가진 이 영화는 단순히 전쟁속 '사랑밖에 난 몰라'만 외치고 있지는 않습니다. 남편을 전쟁터에 떠나 보내고 냉정한 시어머니와 소작농들에게 토지를 빌려주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미셸은 순종적이고 온순한 여성입니다. 가끔 피아노를 치며 적막함과 쓸쓸함을 달래던 그녀의 마을에 독일군이 들이닥칩니다. 마을에 있는 모든 집이 독일군의 숙소로 지정됨에 따라 루실의 집에도 독일군 장교 브루노가 오게 됩니다. 두 여인밖에 살지 않는 큰 집에 브루노가 옴으로써 집의 분위기는 더욱 냉랭해지고 세실의 남편에 대한 그리움은 더욱 커져갑니다. 브루노는 밤마다 조용히 피아노를 연주했고 세실은 그 음악이 궁금해져 그의 방에 들어가 스윗 프랑세즈 악보를 발견하고 그에 대한 호기심이 생깁니다. 독일군이 그녀의 마을을 점령하여 힘없이 독일군의 손아귀 안에서 협력하는 사람들도 생기고, 그들에게 저항하는 세력도 생깁니다. 세실은 브루노와 금지된 사랑에 빠짐으로써 잠시 현실을 망각합니다. 그러나 사실을 알아챈 친구가 그녀를 비난하자 독일군에 저항하는 마음사람들은 돕게 되고 나약했던 그녀는 강인한 여성으로 변화합니다. 이렇듯 이 영화는 여성의 관점에서 바라본 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실제 자신이 보고 경험한 것을 소설로 쓴 여성작가 이렌 네미로프스키의 색채를 보여주기 위해 이 영화를 만든 사울 딤 감독은 여성들의 시점에서 바라본 전쟁을 그리는데 촛점을 맞추었다고 합니다. 

 

감상 포인트

루실 역의 미셸 윌리엄스의 감정 연기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그녀의 애절한 눈빛은 이 영화에서 특히 빛을 발하며 적군과의 사랑이라는 비현실적 상황을 묘사하는데 힘을 싣습니다. 마티아스 쇼에나에츠는 특유의 냉철한 표정과 눈빛으로 독일군 장교 역을 멋지게 소화해냈습니다. 이 배우는 푸틴과 매우 닮은 마스크를 지녀 독일군 역할에 좀 더 잘 어울리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 배우의 필모그래피 중 '성난 군중으로부터 멀리' 라는 작품을 강력하게 추천드립니다.) 이 밖에 시어머니 역의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도 눈에 띄며, 셀린 역의 마고 로비의 풋풋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전쟁을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으나 전쟁 속의 극적인 요소를 부각시키기 보다는, 전쟁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나가는 인물들의 감정선을 그리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또한 미세한 표정 변화와 눈빛의 움직임, 절제된 대사와 배경음악을 사용하여 잔잔한 시를 읽는 듯한 느낌을 주는 영화입니다. 배경 또한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이 아름답고, 배우들의 의상과 미술은 시대적 감성을 충분히 녹여내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듭니다.

댓글